어떠한 유기 화합물을 구성하는 원소의 비율을 알면 원자식을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동일한 식을 갖는 화합물이 여러개 나올 수 있다. 예를들어 CH₂O라는 비율을 갖는 화합물로는 포도당과 젖산이 있다. 그리고 아세트산과 포름알데히드도 마찬가지로 CH₂O이다. 그러나 이 화합물의 성질은 모두 다르다. 따라서 화학자는 각각의 분자량을 측정하여 상대가 무엇인가를 판단해야 한다. 오늘날에는 질량 분석기를 이용하여 간단하게 분자량을 측정할 수 있다. 라부아지에, 심지어 리비히의 시대에는 1기압일 때, 22.4L의 기체는 같은 수의 입자를 지닌다는 사실을 기초로 각각 22.4L의 질량을 측정하여 분자의 무게를 계산하였다.
이렇게 계산하면 CH₂O라는 동일한 원자식을 갖는다고 해도 포도당은 180, 젖산은 90, 아세트산은 60, 그리고 포름알데히드는 30의 분자량을 지닌 것으로 나온다. 따라서 각각의 분자식은 C6H12O6, C3H6O3, C2H4O2 및 CH₂O가 된다. 그렇다고 유기 화학을 간단한 분야라고 속단해서는 안된다. 어떠한 물질을 사로잡고자 하는 화학 탐정은 순차적으로 복잡한 세계로 들어가야 한다. 단지 분자식을 알았다고 해서 그것을 단서로 즉시 범인을 잡을 수는 없는 법이다.
우리들이 마시는 술이나 소독약, 때로는 연료로 사용하는 에틸알코올은 C2H6O라는 부자식으로 표현된다. 메틸에테르 또한 C2H6O라는 분자식을 갖는 화합물이지만 에틸알코올과는 전혀 성질이 다르다. 에틸알코올의 끓는점은 78℃로 상온에서 액체로 존재하지만, 메틸에테르의 끓는점은 -25℃로 상온에서는 기체로 존재한다. 그리고 에틸알코올은 어떠한 비율로도 물에 녹지만, 메틸에테르는 물 100g당 8g이 녹을 뿐이다.
이러한 성질의 차이가 생기는 원인은 무엇일까? 유기 화합물은 분자량이 같더라도, 즉 동일한 종류의 원소가 동일한 결합을 하여 분자를 만든다고 해도 그 결합 방법에 따라 다른 물질이 된다. 결국 분자의 형태나 구조가 다르면 완전히 다른 물질이 된다. 나트륨을 이용하여 에틸알코올과 메틸에테르가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도록 하자. 금속 나트륨은 물과 격렬하게 반응하여 수소를 만들어 내고 또한 폭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에틸알코올에 넣으면 그 정도로 격렬한 반응을 하지는 않지만 마찬가지로 수소가 발생되고 에틸알코올 본체와 화합하여 나트륨 화합물을 만든다.
따라서 에틸알코올에는 분리되기 쉬운 수소가 들어 있고, 수소와 에틸알코올 본체 사이에는 산소원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트륨이 산소와 결합하여 끝에 붙어지는 수소를 방출하는 것이다. 그러나 메틸에테르는 나트륨과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 즉 메틸에테르에는 나트륨이 결합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니라 탄소 원자들 속에 둘러싸인 형태로 산소 원자가 존재한다.
이번에는 요오드화수소를 사용하여 에틸알코올과 메틸에테르가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도록 하자. 에틸알코올은 요오드화 수소와 쉽게 반응한다. 즉 에틸알코올 1㏖과 요오드화수소 1㏖을 반응시키면 1㏖의 요오드화에틸과 1㏖의 물이 생성된다. 그러나 메틸에테르는 2㏖의 요오드화수소와 반응하여 2㏖의 요오드화메틸을 만들고 1㏖의 물을 생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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